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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아시] 포식 上2019. 4. 25. 00:09
*섹피au 중종흑표범유토x경종메인쿤냥아시키바 문을 열면 지독하리만치 독한 향이 난다. 아시키바는 공간에 발을 내밀었다. 발레를 하는 것처럼 발끝으로 땅을 디뎠다. 엄지로 허공을 덧그리다가 다음 걸음을 땠다. 짐승임에도 두 발로 걷는 것은 호흡만큼 익숙했다. 잔기침을 하고 뒤를 돌았다. 나갈까, 하는 생각이 부유했다. 불협화음이 가득한 오케스트라 같았다. 어디서부터 정돈해야할지 모르는 음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아시키바는 문을 닫았다. 방 안을 가득 채운 냄새는 빠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제 침대에 누워 있는 맹랑한 후배 때문일 것이었다. 아시키바는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았다. 스포츠 백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몸을 말고 있던 흑표범은 눈을 떴다. 눈꺼풀이 느리게 깜빡였다. 붉은 눈동자를 볼 때 마다 온 몸의 털끝이 설 것 같았다. 오싹거렸다. 목울대에서 나는 그르렁거리는 소리는 명백한 호의였지만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본능이었다. “유토-” 흑표범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갔다. 언젠가의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시키바 선배의 침대는 커서 기분이 좋아요, 그 때의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꼬리를 팔목에 감았던 것도 같았다. 맥락 없는 생각은 하릴없이 부유했다. 아시키바는 그에게 말을 거는 것을 포기하고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들어오도록 손을 움직였지만, 독기는 쉬이 빠지지 않았다. 잠식과 침식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심장소리는 어설픈 팀파니처럼 뻑뻑하게 울렸고, 호흡은 정리되지 않은 채로 삐걱거렸다. 균형이라는 이름의 마에스트로는 이미 지휘봉을 놓았고, 아시키바는 베토벤과 모차르트를 섞어서 울리는 클레식을 머릿속에서 몰아내야만 했다. 신경계가 온통 이지러지는 감각에는 익숙해지려고 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유토는 몸을 뒤척였다. 스프링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중종 표범에게는 작은 침대인지, 그의 발 끝과 꼬리 끄트머리는 이불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아시키바는 눈을 굴렸다. 이 방 안에서 유토가 없는 곳은 없었다. 소등시간이 가까워 옴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 나오질 않았다. 골 스프린트를 할 때 보다 심장이 뛰는 것은 슬슬 발정기가 다가오기 때문일까. 아시키바는 봄에 흔히 앓곤 하던 제 열병을 곱씹었다. 그것은 언제나 불에 달군 것처럼 찾아온다. 그는 하품을 하는 유토를 바라보았다. 제 후배는 맹랑하게도 아직 그의 침대에서 느긋하게 사이클 잡지를 넘기고 있었다. 빌려주지 않았어? 라고 묻자 그는 돌려주러오기 싫을 것 같다는 말을 내뱉었다. 애매모호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아시키바는 책상 의자를 뺐다. 침묵 사이로 번지는 초침 소리가 유난히 컸다. 만약 여기서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재연한다면, 그 공백에는 제 심장소리밖에 섞이지 않을 것이라 아시키바는 확신할 수 있었다. 아시키바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처럼 발을 뻗었다. 발끝으로 허공을 밀었다. 유토의 향이 감각적이라고 생각했다. 묵직하게 자신을 눌러오는 그것을 느끼며 괜히 손을 곰질거렸다. 유추할 수 있는 대답을 피한다. 영리함을 내려두고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어디 갔어요?” “음악실에.” “실기 시험?” “응.” 짤막한 대화가 오가는 사이에도 숨이 막혔다. 배부른 포식자처럼 그는 망설이지 않는다. 그의 타이밍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 순간, 주도권을 빼앗김을 알고 있었다. 육식동물의 사냥이란 으레 그렇다. 체급에서 밀린 순간 초식동물의 선택지는 죽어라 달려 도망치는 것 뿐이었다. 아니면 포식자가 자신을 잡아먹을 때 까지의 순번과 초를 셈하는 수 밖에 없다. 침대에 누워있는 그와 책상에 앉아있는 아시키바 사이에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나로 묶일 수도, 누군가를 가둘 수도 없는 좁은 공간이었다. 유토가 움직일 때 마다 그의 향이 코 끝을 저리도록 풍겨왔다. 그는 편안하고, 안락했다. 숨을 들이키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방에 찾아오는 그는 언제나 배부른 포식자였다. 어리고 귀엽고 상냥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정의될 수 없었다. 머릿속에 울리는 음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한 채였다. 유토와 눈을 마주칠 때 마다 키스, 를 떠올린다. 입술에 입을 맞추고 숨을 부비다가 그의 심장 소리마저 먹고 싶다는 충동을 애써 참았다. 자신의 손가락과 손가락을 엮었다. 아무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음이었다. 초식동물과 육식동물 사이의 화음은 성립할 수 없다. 경종인 그는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체급이 다르다. 숨이 막힌다. 도망갈 공간이 없는 이 곳은 안전하지 않다. 머릿속의 모든 지표들은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의 끝부분 같았다. 끝없이 사이렌과 종소리가 울려댄다. 방에 들어온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있었다. 그의 꼬리가 이불 밑에서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았다. 후배에게 품기에는 서툴고 낯설며 풋내나는 욕망을 뒤로 숨겼다. 영리하고, 상냥하고, 사랑스럽거나, 이상하거나 하는 감정들은 더 이상 라벨링 할 수 없었다. 그의 도에 천천히 잠식되는 것 같았다. 볼이 달아올랐다. 그가 풍기는 향은 호흡을 타고 온 몸을 돌았다. 발가락에 힘을 주었다. 발레를 하는 것처럼 꺾였다. 몸을 잘게 떨었다. 추워요? 라고 묻는 목소리는 평범했다. 그는 자신이 덮고 있던 아시키바의 이불을 건넸다. 뭉쳐진 이불뭉치를 덮었다. 허벅지 근육이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이거 소등시간 전까지 못읽겠죠.” “어디까지, 읽었는데?” “소호쿠 인터뷰요.” 이번 힐클라임에서 오노다 사카미치랑 이마이즈미 슌스케가 출전했다는데, 처음에 차체에 트러블이 있었고, 그리고,… 또… 유토의 목소리는 잘고 자잘하고, 천천히, 울렸다. 그의 언어를 찬찬히 곱씹었다. 흑표범의 매끄러운 근육을 바라보았다. 귀가 나올 것 같은 것을 애써 참았다. 혼을 천천히 묶었다. 그를 원하는 부분을 모두 잘라 뒤로 숨겼다. 덮은 이불 아래에서 꼬리가 움찔거리면서 움직였다. 갑갑한 바지에서 빠져나오고 싶어하는 혼을 애써 갈무리했다. 몸이 떨렸다. 신나게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있던 유토의 목소리가 멎었다. 그가 자아내는 정적은 사냥 전의 고요함 같았다. 유, 토? 하고 그의 이름을 입에 담는다. 오늘 좀 이상해요, 라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달콤했다.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시계에 들어오는 그는 천천히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아시키바는 의자에 앉은 채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자신보다 작은 손이 제 볼을 쓰다듬는 것을 느꼈다. 손길은 천천히 이마로 갔다. 열이 없는지 재는 손길을 느끼다가 눈을 감았다. 거리가 가까웠다. 좁히는 것은 그의 특기라는 것을 떠올렸다.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열은 안 나는데, 라고 말하면서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미는 걸 바라본다. 두꺼운 그것이 제 것을 눌러주었으면 한다는 욕망또한 천천히 해체했다. 물에 잉크가 풀리는 상상. 바이올린의 줄을 튕기는 손톱 끝. 아득하게 뜰리는 라벨의 피치카토 따위를 떠올렸다. 그는 발가락을 꼼질거렸다. 참아야하는 걸 알면서도 두근거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는 유토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 소년은 순진하다. 육식동물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송곳니를 바라보다가, 붉은 눈동자로 시선을 옮겼다. 시선을 피하자 집요하게 따라오는 눈길을 느꼈다. 발가벗겨지는 기분이었다. 이불 아래에서 꼬리를 흔들었다. 익숙한 방 안에 풍기는 낯선 수컷의 냄새에 발정하는 것은, 경종 고양이의 당연한 본능일까, 를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왜 내 방에 왔어? 라고 물어보려다가 그만 두었다. 그는 그의 대답을 망상한다. 상상한다. 현대미술이나, 음악처럼. 이해를 할 수 없는 추상들에 대해서는 느끼는 것이 답이 되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양잇과의 발정기는 비슷한 시기에 온다. 그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후배의 시선을 느꼈다. 무심하거나, 혹은 장난스럽거나.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변주되는 그가 자신의 방에서, 짙은 향을 풍기면서, 자신의 침대에 누웠다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단 한 가지 답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가 갖는 리듬은 예측할 수 없었다. 아키시바는 고개를 숙였다. 수컷의 향이 났다. 바지 밑단에 빼꼼 나온 발 끝을 바라보다가, 핏줄이 돋은 팔뚝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자꾸만 부유하는 것을 느끼는지 유토는 선배? 하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를 삼키고 싶었다. 초식동물의 욕망이란 중종의 것보다 정제되지 않은 원초적인 것이 많다. 클라이맥스로 뻗어나가는 오케스트라의 음 따위를 떠올렸다, 미안, 하고 사과했다. 아파요? 라고 묻는 목소리는 다정했다. 자신의 어깨를 쓰다듬는 손길은 상냥하다. 피차 양쪽 다 그렇게 좋은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합리화로 뻗는 사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 경종이 울렸다. 자르지 않은 손톱이 건반 위를 폭력적으로 타건하는 소음을 떠올렸다. 유토는, 하고 숨을 끌어내뱉으면서 말했다. 열기가 어린 숨소리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리고 앳된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침을 삼켰다. 목이 따끔거렸다. 키스하고 싶었다. 그의 호흡을 먹고 싶었다. 정리되지 않은 욕망을 떠올렸다. 하지만, 자신의 공간을 자꾸만 어지럽히는 그에게, 무어라 할 말이 필요했다. 자전거를 탈 때 보다 많은 숨을 몰아쉬었다. 입술을 깨물었다. 상처가, 나요. 유토는 그렇게 말하면서 입술을 쓰다듬었다. 자연스러운 친절이었다.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웠다. 일부러 좁혀 들 어온 건지, 아니면 자신이 길 밖으로 벗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 아시키바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선배와 후배, 라는 원인의 기준을 떠올렸다. 연인도, 브리더도, 아무런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재차 생각한다. 끝없는 론도를 돌고 있는 기분이었다. 잡지 넘어가는 소리도, 시계 초침이 넘어가는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유토는 자꾸 자신의 방에 찾아온다. 원하지도 않는 혼현을 보여준다. 시간을 느긋하게 보내다 돌아간다. 손을 댈 수 있음에도 대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배부른 포식자였다. 그의 식사를 기다리는 초식동물의 숨은 자꾸만 가빠왔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짜증나는 부분이었다. 그를 바라보았다. 붉은 눈동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약았다고 생각했다. 말하지 못하고 끊긴 말들을 떠올렸다. 상처가 난다면서 쓸어올린 입술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제게 손대지 않는 그의 저의를 알 수 없었다. 방에서는 여전히 낯선 수컷의 향기가 나고, 그가 떠난 후 그것을 곱씹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몫이었다. 그가 그의 눈동자 색으로 물들인 여럿의 밤을 아시키바는 천천히 반추했다. 그는 자신을 욕망하고 있었다. 다만 그 날을 재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그렇게 확신할 수 밖에 없었다. 익숙한 행위를 기다리는 지 허리가 뻐근했다. 혼자 물들인 밤들을 반추하다가, 아시키바는 현실의 그를 바라보았다. 아시키바는 손을 뻗었다. 그의 볼을 매만지디가 멱살을 잡았다. 천천히 자신에게로 끌어왔다. 그가 가까이 올 때 마다 짙은 수컷의 냄새가 났다. 이것을 모두 제 것으로 하고 싶은 것은 번식을 위한 본능인지, 도주의 의욕을 상실한 초식동물의 광기인지 알 수 없었다. 해석할 수 없는 추상과도 같았다. 숨이 막힐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마른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열리지 않는 입술에 가만히 숨을 부비다가 그를 놓아주었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다가 문득 물었다. 그의 대답이 알고 싶었다. “유토는, 나와… 섹스하고 싶은 거야?” 'Cosmology'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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