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칸] 헬로, 에일리언.

*마나토도 요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내가 우주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우주인?”


   마키시마 치고는 재미있는 상상이었다. 머쓱한 지, 그는 손에 든 두꺼운 유리잔을 흔들었다. 많이 녹은 얼음이 잔의 표면에 부딪혀 내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블루스가 흐르던 바의 음악은 어느새 좀 더 빠른 박자의 재즈로 바뀌어 있었다. 크고 느린 콘트라베이스는 우울함에서 로맨틱을 연주하고 있었고, 이름 모를 가수가 부르는 노랫소리는 루프탑 바를 가득 채웠다. 

   야경이 보이는 자리의 어두침침한 조명이 마키시마의 머리카락에 별빛처럼 자잘하게 내리앉았다. 그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칸자키는 칵테일을 마셨다. 그가 추천해줬지만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술은 씁쓸했다. 이런 분위기 보다는 선술집이나 이자카야가 더 나을 것 같았다. 목을 조이고 있는 넥타이를 풀었다. 마키시마의 목을 힐끔 바라보자, 그의 목에는 여전히 광택이 나는 보타이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 놀리지 말아요.”

   “엉.”


   대충 대답을 하고 숨을 들이켰다. 목 끝까지 채운 단추 하나를 풀었다. 양복 차림으로 고등학교 시절의 후배와 만나는 건 여전히 어색했다. 보호대의 자국이 남은 정장 바지 모양에 여전히 신경이 쓰였다. 칸자키는 대충 대꾸하면서 먼 곳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마키시마는 여전히 두꺼운 유리잔을 돌리고 있었고, 망설이고 있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했다. 자전거 위가 아니기 때문에 그는 우물쭈물하다. 어물거리는 그를 놀리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이런 상태의 그를 어설프게 자극했다가는 들을 말도 못 들을 게 분명했다. 그와 처음 만난 게 자전거 위였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그와 이런 곳은 어색했다. 바의 배경음악은 칸자키가 아는 노래로 바뀌었다. 플라이 투 더 문- 하고 첫 소절을 부르는 중년 가수의 목소리는 편안했다. 고전인 탓일까, 아니면 좋아하는 노래일까. 칸자키는 턱을 괴었다. 저를 힐끔 쳐다보다가 마키시마는 다시 테이블 위로 시선을 돌렸다. 두꺼운 원목의 줄눈이라도 세는 모양이었다.

   마키시마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었고, 유리창에는 도시의 야경보다 그의 망설임이 진하게 비치고 있었다. 놀리지 않는다고 다섯 번이나 약속 한 후에 마키시마는 입술을 달싹였다. 그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개성 있는 미남이라고 생각했다. 자각하자 묘하게 숨이 화끈거렸다. 저도 취한 모양이었다. 마키시마도 마찬가지였다. 분위기 있는 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야경이 좋은 바로 옮겼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와 어색한 장소에서 만났다는 것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언젠가 토도가… 토도 아세요?”

   “알아. 네 라이벌이잖아.”

   “아무튼, 그 애가… 그 애랑 자전거를 타다가…”


   후배한테 고백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산을 올라갔죠, 산의 중턱에서도 그 애는 속도를 내지 못했고, 이럴 거면 온 의미가 없잖니- 하고 화를 냈더니 울 것 같은 얼굴로 어-떡해- 마키쨩- 하고 말하는 거예요. 나는 그 애의 그런 얼굴을 처음- 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자전거를 멈췄어요. 그러자 그 애는 몇 미터 앞서가다가 자전거에서 멈췄-죠. 마키시마는 단어를 노래하듯 발음했다. 장음과 단음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칸자키의 눈치를 보는 듯, 창에 비친 마키시마가 그를 바라보았다. 유리에 담긴 그는 묘하게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길래, 계속 이야기를 하라고 턱짓을 했다. 그제야 그는 소년처럼 웃었다. 지금 그의 나잇대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라고 생각하면서 킬킬 웃었다. 칸자키는 숨을 들이켰다. 마키시마는 그런 그 애가 자전거에서 내리자 바람이 불었다는 말을 이었다. 꼭 반한 순간처럼 말하잖아. 너. 그는 괜히 그런 추임새를 넣으며 치즈가 올라간 크래커를 입에 넣었다.

   물기가 없이 퍽퍽한 크래커를 씹을 때 마다 목이 멨다. 침을 섞어 꼭꼭 씹을 때 까지 마키시마는 말이 없었다. 사랑하는 순간을 말하는 게 좀 그래? 라고 묻고 싶은 것을 애써 참았다.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스물아홉과 서른하나는 무릇 그런 나이었다. 가지고 있던 마음은 일상이 되고, 호흡이 되어, 혈액처럼 온 몸을 돌고 있다. 하나하나 질투하다가는 감정이 못 버틴다고 생각하면서 칸자키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귀여운 후배라고 말했어요.”

   “응.”

   “마나미 알아요?”

   “오노다의 라이벌이잖아.”


   그 애는 그 애를 귀여워하고 있었나-봐요. 알고 있었어요. 만나면- 매일- 그 애-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걸 어떻게- 몰라요. 그런데 뭔가- 그게 대상이- 대상을- 아니. 아니에요. 알고 있는 사람으로- 이야기가 구체화되고 뭉쳐지니까- 그게… 뭔가 아 너도, 사랑을 하고 있구나. 하는 실감이 되는 거예요. 그 애는 좀, 중력 없는 인상이, 여기서의 그 애는 토도예요. 아무튼, 그런. 느낌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애도 사랑을 할 수 있구나. 그리고 나는 생각했죠.

   마키시마는 숨을 들이켰다. 내쉬는 한숨에서는 술기운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는 손짓해 서버를 불렀다. 그는 같은 걸로 한 잔을 더 주문했다. 잔에 들어 있는 것을 모두 삼키자 목이 홧홧한 듯 기침했다. 콜록거리는 목소리에 무언가 말을 담으려고 하다, 그는 칸자키가 건넨 물을 마셨다. 그는 짧게 고마워요, 하고 말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졸린 모양이었다. 술을 마신다음에는 아래 층의 호텔로 가요. 라는 말은 웅얼거려서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죠.」”

   “아. 그리고 나는 생각했죠.”


   저 애 마저도 사랑을 하는구나. 하고. 그래서 물어봤어요. 너는, 좋아해? 하고. 그러자 토도는 고개를 끄덕였고- 바람이 불었죠. 화끈거리는 볼이랑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는데, 그게 되게 두근거릴 정도로 예뻤어요 반짝였죠. 이상하지 않아요? 산에는 볕밖에 안 들어서 별이 닿을자리는 없는데, 자잘하고 상냥하게 반짝- 하는 거예요. 빛이. 막… 그렇게. 아무튼, 그랬어요. 그랬더니 그는 매일 후배를 생각하느라 집중할 수 없고 자기 세계가 침식되는 것 같아서-

   마음을 접으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나오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 시작을, 물어봤죠. 그랬더니… 연습 전에 작은 사탕 한 알을 준 적이 있대요. 그랬더니, 그게… 그 사탕 한 알이, 몸집을 불려서 사랑이 되었다고 하는 거예요. 그 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마키시마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마디가 마디마디 도드라져 있는 어른의 손이었다. 칸자키는 다시 버터 크래커로 손을 뻗었다. 오도독, 하고 두께감 있는 안주를 씹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마키시마는 숨을 내쉬었다. 실연했어? 라고 장난스럽게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기르고 있는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먼 곳의 야경은 여전히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했다. 도시의 불빛들이 땅에 떨어진 별의 조각 같이 보였다.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남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술에 취해 있는 건, 생각보다 취향이 아니었다. 칸자키는 홧김에 술을 마셨다. 마키시마의 주문을 가져 온 웨이터에게 같은 걸로, 라고 발음했다. 오기의 발현이었다.

   바 안에서는 다시 플라이 투 더 문이 울렸다. 앵콜이라도 들은 모양이었다. 마키시마의 이야기도 끝날 기색이 보이질 않았다. 칸자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키시마는 눈치를 보면서 쭈뼛거렸다. 실연에는 익숙하네, 라고 말할 뻔 한 걸 애써 제 식도 안으로 밀어 넣었다. 선배 취했어요? 라고 묻는 목소리는 느릿해서 섹시했다. 입을 맞추고 싶었다. 애써 참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법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길래. 고개를 저으며 야경을 눈에 담았다. 비참하진 않았다. 다만, 조금 저릴 뿐이었다.

   마키시마는 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더 말해 봐. 라고 말하면서 물을 마셨다. 그는 웃었다. 평소에는 딱딱하게 굳히고 있는 표정이 다 녹아 흐물흐물하고 헤실헤실거렸다. 마키시마는 바에 쓰러질 듯 몸을 기댔다. 그는 새 잔의 차가운 표면을 콕콕, 두드리다가 칸자키를 보지 않았다. 그래서 뭐야, 우주인. 칸자키는 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장난스럽게 찔렀다. 마키시마는 한숨처럼 말을 이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했어요.”

   “또?”

   “무려- 그러니까.”


   그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는 손가락으로 여러 개를 새더니. 칸자키 쪽으로 손가락을 내밀었다. 십 년 조금 모자라게? 라고 말하는 그의 손가락을 취한 척 잡았다. 나란히 앉은 주제에 손을 잡고 있다는 게 조금 웃긴 모양이었다. 플라이, 투 더, 문. 을 발음하는 가수의 목소리는 과하게 섹시했다. 그는 바에 기댄 채로 칸자키를 올려다보았다. 좋아, 하고. 짧게 발음하는 환청이 들려왔다. 뭐? 하고 반문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묻는다면 사라질 물거품 같은 소리였다.

   모두, 서두르지 말라고 하잖아요. 뭔가, 그런 건 좀… 인연이 있으면 올 것 같다는, 그런… 그런 거. 그래서 열심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토도가 가진 사탕 한 알 같이, 나한테 이 별에서 가장 특별한, 그런. 그런 거. 마키시마는 속삭였다. 칸자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키시마는 눈을 느리게 꿈뻑였다. 졸린 모양이었다. 귀 뒤로 넘기고 있던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정리 해 주려고 손을 놓으려 해도 마키시마가 힘을 주어 풀어낼 수 없었다. 그는 마주 잡은 손을 흔들거렸다.

   완전히 취객이네. 라고 말하자 그는 용기가 없어서, 라고 대답했다. 묘하게 이어지는 듯, 이어지지 않는 말이었다. 스프린터와 클라이머처럼 비슷해 보이는 평생선이라고 생각했다. 칸자키는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 후배를 챙겨주는 건 형님 밖에 없지? 라고 말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웃자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미간을 좁히고 짜증난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게 어색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는 점점 다루기 어려워졌다. 서글픈 일이었다. 그래서 칸자키는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찾았냐? 사탕 한 알 같은 거.”

   “응, 아니. 네.”


   마키시마는 다시 부드럽게 웃었다. 칸자키는 그 표정에서 실연, 이라는 익숙함을 끌어냈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잡고 있는 손이 뜨끈거렸다. 말해도 돼요? 라고 새삼스럽게 허락을 구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눈을 깜빡이다가, 마음을 다잡는 듯 숨을 골랐다. 그리고 허리를 일으켜 그를 마주보았다.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묘한 오싹함이 들었다. 한 발을 더 내딛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그런 종류의 감각이었다.

   심장이 세게 뛰었다. 바 안에서는 플라이 투 더 문이 계속 들리고 있었다. 바에서는 여전히 야경이 보였다. 마키시마는 여전히 손을 잡고 있었다. 긴장하고 있지 표정이 딱딱했다. 이런 점은 성장하지 않음에 안도했고, 안심하는 자신에게 약간의 싫음을 느꼈다. 칸자키는 침을 삼켰다. 마키시마는 다시 숨을 내쉬었다. 눈과 눈이 마주쳤다. 세상에 둘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괜히 저가 딱딱하게 굳는 것 같았다. 

   긴장이 옮은 모양이었다.


   “나는, 생각이 많고 우물쭈물한 고등학교 1학년.”

   “…”

   “그리고 선배는, 상냥하고 다정한… 고등학교 3학년.”


   마키시마는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단 향이 났다. 넥타이와 단추 한 개를 풀어놓았는데도 호흡이 어려웠다. 칸자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심한 순간의 그는 특유의 댄싱을 하는 것처럼 뻗어 나간다. 마키시마가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칸자키는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사탕 한 알이 몸집을 키워 사랑을 하게 되었다는 말은, 그렇게 비현실적인 시작이 아니었다. 사랑은 언 제나 뜬금없이 온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머리가 돌아버린 것만 같았다. 이 상황에서 자신의 ‘시작’을 떠올린다. 챙겨 줘야 할 것 같은 후배라 바라보고 있던 것을 떠올린다. 우주 속의 여러 별. 별자리가 되지 못한 남은 별 같다고도 생각했다. 모양이 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인 밝음뿐이다. 하지만 계속 시선 귀퉁이에 들어왔다. 그와 달린 건 짧은 여름과 이른 가을 한 철이었다. 단지 그것뿐인에도 불구하고. 마키시마는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 다시 현실로 이끌려왔다. 거대한 중력 같았다. 궤도를 찾을 수 없었다.


   “상황은 부실에서, 혼자 있던 화이트데이.”


   이때 고등학교 1학년생 마키시마 유스케는, 화이트 데이인지 몰랐음. 배역을 설명하는 것 같은 그의 목소리에 칸자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꼬리를 달고 낙하하는 별은 모두 제 궤도가 없는 별이라는 망상을 한다. 휩쓸리고 싶지 않았다. 눈을 깜빡였다. 배경은 저녁 노을이 지는 부실. 선배는 바이크 손질을 하러 들어오면서 일 막이 시작되는 그런, 그런 이야기. 마키시마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소도구는? 하고 괜히 물었다.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였다. 서로가 서로의 시선 귀퉁이에 있던 시절이라고도 확신한다.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애써 자신의 궤도를 기억하려고 한다. 선배와 후배 사이, 이제는 친한 아저씨와 아저씨 사이- 라고도 생각한다. 호텔 최상층의 칵테일바보다는 선술집이나 닭똥집을 파는 포장마차가 어울리는. 칸자키 바이클숍을 하고 있고, 간간히 오리온이나 아사히를 마시면서 야구를 보는. 칸자키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키시마 유스케를 짝사랑하는.


   그는 자신의 궤도를 정의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의 화이트데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긴 이야기는 아니었다. 둘 다, 기억하고 있는 일이었다. 그저 신경쓰이는 후배한테 레몬 사탕 한 알을 줬을 뿐이었다. 야, 오늘 화이트데이래. 라고 말하면서 주머니에 있던 싸구려 포장지의. 이젠 레몬인지 라임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막대 사탕을. 툭, 던지듯 줬는데 그의 손바닥에 들어 있는 그런. 노을은 마키시마의 얼굴에 짙게 들어 있었고,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주머니에 마침 들어 있는 게 하나였다. 그래서 킨조나 타도코로에게는 비밀이야. 라고 말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기에 마키시마는 자신을 잘 따른다고도 생각했다. 저녁 노을은 어둑어둑하게 지고 있길래 빨리 돌아가라고 말했다. 훅, 하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설마, 하는 가정을 하지 않도록 했다. 애써 잡은 자신의 궤도가 잔뜩 흐트러지는 건 좋은 감각이 아니었다. 마키시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소도구는 라임 사탕. 츄파츕스의. 그는 그렇게 발음하면서 눈을 마주쳐왔다.


   “킨조나 타도코롯치에게는 비밀.”


   대주제를 설명하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침을 삼켰다. 입이 바싹바싹 마르는 모양이었다.

   마키시마는 배역간의 감정을 설명하려 입을 열었다. 굳이 듣지 않아도 이제는 알 수 있는 말이었다.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는 가까이 다가왔다. 손을 쭉 펴지 않아도 닿는 거리였다. 마키시마와 눈을 마주쳤다. 외계인? 이라는 단어가 맥락 없이 나왔다. 마키시마는 고개를 흔들었다. 취기에 붉어져 있는 볼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이제는, 아니에요. 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귓가에 다가왔다. 그리고 칸자키는 문득 생각한다. 오늘, 14일이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