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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칸] 毒2018. 12. 29. 09:39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를 들어주시면 좀 더 좋을지 모릅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마키시마 유스케의 표정은 읽기 쉬운 편이었다. 적어도 칸자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제 방 침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곤란해하고 있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 깔고 있기 때문에, 그의 아랫속눈썹이 눈에 들어온다. 하얀 피부는 발그랗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는 연신 칸자키의 무릎께를 바라보고 있었다. 칸자키는 그 시선에 잡아먹힐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작 그에게 붙은 별명은 거미였지만, 그는 악어와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할말이 있어? 라고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단벌레를 닯은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이쪽으로 올 때 씻고 왔는지 엷은 샤워코롱 냄새가 났다. 향수 냄새 같기도 했다. 향에는 별 취미가 없어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그와 어울리는 섹시한 향이었다. 칸자키는 아직도 애 같은 그의 정수리를 바라보았다. 일부러 두 무릎에 손을 올린다. 할말이 있으면 해라, 마키시마, 라고 말하는 목소리에 힘을 담는다. 놀란 것처럼 쇼, 쇼옷, 같은 소리를 내며 다시 고개를 숙인다. 이럴 때의 그는 언제나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있었고, 칸자키는 그의 문법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악어를 닮았다는 건 이런 느낌이다. 물속에서 잠잠히 기다린다. 육식동물에게는 나름의 타이밍이 있다. 잡아먹기 좋은 동물이 강을 건널 때에서야 아가리를 벌리고 물어뜯는 것이다. 마키시마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그는 드디어 칸자키와 눈을 마주쳤다. 악어는 한 번 노린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인지 아닌지, 관심이 없는 이야기였다. 적어도 제 눈앞의 마키시마는 그런 성질이었으니까. 칸자키는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괜찮아요? 라고 물었다. 괜찮아, 라고 대답했다. 그에게 유약해지는 것은 비단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었다. 그의 ‘괜찮아’ 앞에 오는 것이 무엇이든, 들어 줄 자신이 있었다. 그는 제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너무 아픈 건 사랑이 아니잖아요, 언젠가의 그가 한 말을 곱씹는다. 반추하는 그 끝에 있는 것은 서툰 모습으로 제게 사랑해주라 속삭이던 고등학교 졸업식의 그였다. 말해봐, 라고 말하자 마키시마는 제 가방에서 부드러운 노끈을 꺼냈다. 며칠 동안 풀을 먹이고 부드럽게 만들었어요. 날카로운 보풀도 모두 제거했고, 근육을 어떻게 묶어야 할지도 알고 있어요. 상처 입히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눈을 똑바로 마주쳐오다가 그는 고개를 숙인다. 칸자키는 이럴 때의 마키시마가 영악하다고 느낀다. 부끄러워하는 것은 계산 된 행동이 아니다. 그것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는 걸 이 연하는 알고 있을까. 숨 쉴틋 없이 계속 말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서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하는 그의 사냥법은 자신을 쉴 틈 없이 수면 아래로 끌고 갔다. 아마도 마키시마는 모를 것이다. 연하는 연상의 자존심을 모른다. 칸자키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마키시마의 손은 밧줄을 세게 쥐어 하얗게 저려 있었다. 그래서 할 말은? 칸자키는 모른 척 물었다. 마키시마는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한 번만 묶게 해주세요.” 라고 말했다. 독특한 성벽이네, 라고 놀리듯 말하자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해왔다. 운동계 남자애들 특유의 90도 인사를, 섹스를 앞둔 시점의, 연인의 방에서 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까. 아마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칸자키는 손을 뻗었다. 그가 내뱉는 모든 것들은 이미 허락해주기로 마음을 먹었음으로, 그는 누구보다도 여유롭게 굴 수 있었다. 옷은 벗으면 돼? 라고 묻자 마키시마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도리질했다. 제가 벗기게 해주세요, 라는 목소리는 건방지다. 그는 맛있는 걸 하나도 뺏기지 않겠다는 듯 굴었다. 어리광인지 어리광이 아닌지 구분할 수 없었다. 육식동물 같아, 라고 생각하면서도 입에 내지 않는다. 기껏 몰아간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 칸자키는 침대 쪽으로 엉덩이를 밀었다. 마키시마는 천천히 침대 위로 올라왔다. 무릎에 침대 매트리스를 눌렀고, 침대 스프링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소리가 삐져나올 것 같았다. 그는 맨투맨 아래로 손을 넣었다. 추워서 맨투맨 아래에 껴입은 와이셔츠가 멋이 없다고 생각할 때 쯔음, 셔츠 위로 손을 움직였다. 그는 밑가슴의 굴곡과 얇은 허리 따위를 정중하게 쓰다듬었다. 자작나무 같은 손길이 제 몸 위를 정교하게 가다듬었다. 근육의 모양과 얇은 막을 보는 것처럼, 그는 겨드랑이 아래로 팔을 넣어 끌어안았다. 벌린 두 다리 사이로 그의 몸이 들어왔다. 날갯죽지와 척추뼈의 라인에 손이 닿았다. 몸과 몸이 밀착했고,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볼에 입맞춤을 남기고 턱선을 핥는다. 목선에서 깊게 향을 들이쉰다. 마키시마의 섹스는 집요한 구석이 있었다. 어느 한 구석이든 놓치지 않겠다는 어린애 같은 심보를 어떻게 받아줘야 할까. 칸자키는 손을 뻗어 그의 등을 쓰다듬었다. 마른 몸에 단단히 잡혀있는 근육을 보며 키득거린다. 웃지 마세요, 라고 말하는 목소리에는 앳된 기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어리게 보게 되는 이유는 뭘까. 마키시마는 칸자키의 몸을 더듬었다. 척추라인을 집요하게 건드리며 끌어 안았다. 몸의 모양이 어떻게 조형되었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것처럼 굴고 있었다. 어떻게 묶으면 예쁠지 보는 거야? 라고 묻자 그는 이미 예쁘니까 괜찮다는 말을 건넸다. 의미가 통하는 지, 통하지 않는 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마키시마는 그의 맨투맨을 벗겨냈다. 허물 같은 옷이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이대로 묶을게요, 라고 말하면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대충 쓸어 위로 올린다. 섹시한 향의 남자 향수가 코끝에 맴돈다. 홀릴 것 같다. 그가 가진 섹시함은 정제되지 않은 성질의 것이라, 가끔씩 그것에 미쳐버리고 싶을 때가 있었고, 그것이 마냥 귀여워 보일 때가 있었다. 칸자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밧줄을 들었다. 그는 그의 무릎보호대를 응시했다. 시선의 끝에 무슨 생각이 걸려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마키시마는 그의 다리를 가져왔다. 자전거를 타지 않아서 현역 때 보다 말랑해진 근육의 감촉을 느끼다가, 무릎 보호대에 손을 가져갔다. 조금만, 조금만이요, 라고 조르듯 말하면서 벗기기 전, 그것에 키스했다. 입술이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는 아득했다. 두근거림에 침을 삼켰다. 눈을 마주쳤다. 부드럽게 웃어보이려고 노력하는 딱딱한 얼굴 근육이, 금새 욕망으로 무ᅟᅳᆯ들어가는 모양을 본다. 사냥의 주도권은 육식동물이 가져가기 마련이다. 칸자키는 숨을 들이켰다. 마키시마의 향이 났다. 섹시하고, 치명적인. 마치 독 같은. 표정조차, 읽을 수 없는. 'Cosmology'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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