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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아시] 포식下2019. 5. 23. 00:05
그는 잘 때 조차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가끔씩 그것은, 인식하고야 아려오는 늦은 상처처럼 느껴지곤 했다. 1학년. 어느 초여름 밤의 일이었다. 유토는 손을 뻗어 침대를 더듬었다. 휘감겨오는 체온은 제 것 보다 조금 더 낮고 서늘하다. 규칙적으로 숨을 몰아쉬는 것을 확인한다. 어깨의 딱딱한 곡선과, 그 중앙에 있는 목선을 바라본다. 좁은 침대에서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있어 도드라지는 척추뼈와, 자잘하게 근육이 붙은 허리를 응시하다가, 애써 끌어안은 이불 아래에 있어 미처 보이지 않는 복사뼈를 상상한다. 마르고 가느다랗다. 그를 이루는 근육이나, 뼈, 지방이나 혈관 같은 것들은 연약하기 그지없었다. 웅크린 채로 차지하고 있는 침대의 구석 조각에 머물러있는 것처럼 보였다. 평소 보여주는 위태로움의 연장선 같이 불안한 모습이었다. 유토는 눈을 깜빡였다. 어둠에 익숙해질수록 그의 위태로운 선들인 눈에 들어왔다. 살갗 아래로 또렷하게 드러나는 척추뼈에 손을 내밀다가, 유토는 짐승인 채 머무르고 있던 제 혼을 갈무리했다. 제 옆에 머무르는 것은 그저 순간인 것마냥, 아시키바는 한없이 위태로웠다. 그의 방에서 일어날 때 마다 그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제게 품을 허락하지 않았다. 거리를 좁힐수록 멀어진다. 누군가의 뒤를 이렇게 오랫동안 응시했던 것은 신카이 유토의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유토는 손을 뻗었다. 손을 뻗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인간의 손가락은 인간의 등가죽을 쓰다듬었다. 그의 하얀 등에 제 지문을 남겼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투명의 흔적이었다. 그는 깊게 잠든 듯 했다. 몰아쉬는 숨소리는 아이처럼 새근거렸다. 유토는 그에게로 몸을 끌어당겼다. 달콤한 향이 났다. 여리고 연약한 느낌이었다. 입술을 움직여 선배, 라고 불렀다. 졸음이 닿아 가라앉은 목소리에서는 쇳소리가 삐져나왔다. 아시키바는 대답하지 않았다. 닿지 않는 목소리는 메아리조차 되지 못한 채, 허공에 가라앉았다. 더욱 가까이서 보고 싶었지만, 몸을 일으키진 않았다. 매트리스에 체중을 실는 순간 깰 것 같았다.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층에 있는 종들은 대부분이 예민하다. 더욱이, 아시키바는 청각에 예민했다. 유토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거리감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미지未知였고, 그것을 파해치기에 유토는 조심성이 없었다. 그는 대신 그의 목덜미와, 등줄기를 눈에 담았다. 그것이 다가갈 수 있는 한계였다. 섹스하고 싶은 거야, 라고 물었을 때야 알았다. 그의 혼이 생각보다 ‘작다’는 것을. 그를 그렇게 인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그가 중종이라고 생각했다. 아시키바 타쿠토는 신카이 유토보다 키가 컸다. 명백하게 차이가 날 정도였다. 겉껍질이 그렇게 큰 경종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었다. 자신의 멱살을 잡아 끌어오던 아시키바의 표정을 반추했다. 그는 그것을 ‘애매하다’고 정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동자는 한없는 파랑이었다. 물기가 가득 어려 있었다. 잔잔하게 흔들리는 시선을 응시하고 있자, 그것은 이내 불안함으로 바뀌었다. 숨을 한껏 들이마실 때 마다 황홀한 것 같은 얼굴을 하다가도, 세상에서 가장 위태로운 것을 보는 것처럼 저를 쳐다봤다. 다채롭게 변하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어서 아시키바 선배, 라고 불렀더니, 멱살을 잡은 손이 달달 떨렸다. 꽉, 힘을 주고 끌어온 것 치고는 본인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꽉 잡은 손끝은 핏기 하나 없이 하앴다. 해석할 수 없어 계속 바라보고 있자, 그는 스스로 입술을 부벼왔다. 코끝에 달콤한 향이 번졌다. 두근두근, 두근. 심장이 엇박자로 크게 뛰었다. 메마른 입술에 가만히 입술을 대고만 있는 것이 뭇내 아쉬웠다. 천천히 멀어지면서 그는 제게 섹스를 하고 싶은 것인지 질문했다. 덜덜 떨리는 눈동자, 오밀조밀, 오물오물 달싹이는 입술. 그제야 눈치 챈 것은 제 잘못일지도 모른다. 유토는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곳에는 붉은 울혈의 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가느다랗고 예민한 것들을 제 손아귀에 넣은 흔적이었다. 유토, 유토, 하고 부르던 목소리가 귀울음처럼 귓가에 남아 있었다. 헤아리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손을 대고 싶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경종이라는 것에 당황했을 뿐이었다. 그런 틀에 그를 가두고 싶지 않았다. 그냥, 가까이 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인 설명에 아시키바는 잠시, 긴 생각을 하는 듯, 먼 의자에 앉았다. 그는 이불이 구원이라도 되는 양 꼭 끌어안았다. 떨리는 손 끝과, 방바닥을 지그시 밀어내는 엄지발가락을 응시하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자 목소리가 들렸다. ― 네가 하는 일들은 모두 배부른 포식 같아, 유토. 그래서 나는 조금 불안하고, 조금 힘들어.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길고 파리한 속눈썹이 떨렸다. 그것을 자세히 보고 싶었다. 작은, 욕망이었다. 걸터앉아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무게를 실었다. 볼을 쓰다듬다가 턱을 잡았다. 마른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쓸었다. 입술 주름이 밀리는 순간, 아시키바는 유토를 올려다보았다.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적도, 욕망해본적도 없었다. 심장이 세게 뛰었다. 그의 눈동자에 비치는 자 신의 표정이 너무 얼이 빠져 있었기에 당황스러웠다. 가만히 입술을 맞추었다. 입술을 열어주지 않았다.달래듯 뒷통수를 쓰다듬었다. 숨을 서툴게 들이키는 소리는 마치 울음 같았다. 싫어요? 라고 굳이 물었다. 그가 응답하지 않았기에 다시 질문했다. yes, 입니까? 라고 말하자 아시키바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부드럽게 입술을 맞추었다. 그의 손이 자신의 허리를 잡게 했다. 열린 입술에 혀를 넣었다. 예쁜 치열을 훑었다. 앓는 듯한 막힌 소리와 타액이 추잡스럽게 섞이는 소리가 났다. 여리고 달달한 향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귓가에 온통, 자신의 심장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아시키바는 의외로 침착했다. 조바심을 내는 것은 자신 뿐인 듯 했다. 자꾸만 도망치는 혀를 제 것과 엮었다. 입천장을 혀끝으로 쓸다가 숨을 몰아갔다. 어느 것이 제 것인지 모를 정도로 숨을 섞었다. 호흡이 모자라 자꾸 들이키느라, 인중 부근이 간지러웠다. 입술을 때자마자, 서툴러요. 라고 말했다. 아시키바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정수리를 바라보다가 손을 뻗었다. 칭찬하듯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의외로 담담하네요. 유토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시키바는 입술을 오물거렸다. 답지 않게 망설이고 있었다. 자신의 앞에서 말을 고르는 그는 간만이었다. 처음 있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눈에 가득 담은 지 얼마간이 지나고서야 아시키바는 한숨을 내쉬었다. 약간은 더듬거리고, 약간은 머뭇거리면서 나온 목소리의 결론은 「상상은, 의외로 인간을 담담하게 만든다」는 말이었다. ― 상상했어요? ―조금은. ―왜? ―내 방에 왔으니까. 유토가, 자꾸만. 그렇게 대답하는 목소리는 어딘가 지쳐 보였다. 유토는 그의 귓바퀴와, 시선을 아래로 가져가고 있는 속눈썹을 바라보았다. 첫키스였어요, 라고 뒤늦게 말하자 그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중종은, 다를 줄 알았어, 라고 말하는 게 조금 짜증이 나, ‘문란할 줄 알았나요?’ 라고 되물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가벼운 주황색 머리카락이 팔랑팔랑 움직였다. 그를 천천히 침대로 몰아갔다. 그의 골반 위에 앉았다. 이 또한 ‘상상’한 순간인 듯, 그는 별로 놀라지 않는 것 같았다. 계속, 그런 시선이었어. 그는 유토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요? 라고 건방지게 물었다. 아시키바는 눈을 감았다. 긴 속눈썹에 입술을 댔다. 맥이 뛰는게 느껴졌다. 지금 유토가, 무슨 표정인지, 유토는 모르지. 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말소리를 내뱉을 때 마다 호흡이 닿았다. 목젖에 닿는 느낌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내가 무슨 얼굴 하고 있는데요? 라고 질문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마주쳤다. 키스를 하면서 그의 티셔츠 아랫자락을 만지작거렸다. 피부에 손을 올렸다. 아시키바의 체온은 저보다 낮은 지, 닿은 곳에서부터 제 열기가 퍼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가 무엇을 상상하고, 자신이 무슨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이상 평생 알 수 없을 것이다. 아시키바 타쿠토의 비유는 지휘자의 총보 같았다. 그만 볼 수 있는 리듬은, 그에게 있어 고작 한 칸의 오선을 차지하고 있는 유토로써는 파악할 수 없었다. 몸을 겹치는 순간 까지도 그는 자신의 혼을 보여주지 않았다. 가장 약한 순간마저 가장 멀리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제게 주는 미지는 그저 짜증이 날 뿐이었다. 아시키바는 제게, 기다렸다. 고 말했지만 유토는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게 했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애매한 불협화음 같았다. 그는 저를 바라보지 않는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제가 남긴 자국들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가장 가까웠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멀었다. 아시키바에게서는 좋은 향이 났다. 그전 까지는 맡지 못했던 달큰한 향이었다. 후텁지근한 방 안의 열기에서는 약간 비릿한 향이 섞여 있었다. 두 사람이 자아냈던 열기를 곱씹을 때 마다 마음이 울컥였다. 아시키바 타쿠토라는 남자가 그에게 뒷모습만을 허락했기 때문이었다. 유토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말하는 「배부른 포식」이라는 말을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곱씹어도 소화할 수 없는 말이었다. 움츠린 등을 본다. 몸을 겹치는 건 괜찮아, 라고 했으면서 그는 여전히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가장 편안해야만 하는 순간조차도 아시키바는 제 자신을 억누르고 있었다. 유토는 좁은 침대에 한껏 웅크린 모습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가까이 있음에도 그는 멀리 있는 것 같았다. 손에 움켜쥐려고 해도 움켜쥘 수 없는 수면 위의 달 같았다. 그가 상상했을 순간들과 자신이 내비친 그것들이 자아낸 오해들이 그에게 어떻게 다가갔을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신카이 유토는 이, 다음이 무서웠다. 그가 원하는 포식. 그 이후의 순간들을 어떤 모습을 할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종의 방에 중종이 함부로 찾아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지금껏 가볍게 해왔던 모든 것들은 그가 자신에게 포식을 허락함으로서 모두 할 수 없는 것들이 되었다. 그가 그어둔 ‘금지’선을 어떻게 넘어야할지 알 수 없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자꾸만 엉켜서 지직거리는 소리를 냈다. 불협화음만이 귀울음처럼 먹먹하게 울렸다. 잘못 들이켜 삼킨 독 같았다. 잘못된 포식이었다. 배부름 대신 망설임과 불안함이 위장에 가득 차 있었다. 제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 억지로 끼워진 퍼즐 같았다.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뒤틀린 후에야 알고 싶었다. 한없이 모순적인 일이었다. 유토는 손을 뻗었다. 손가락에 닿은 그의 등을 쓰다듬다가, 가볍게 밀었다. 서툴게 들이킨 감정에 체할 것만 같았다. 'Cosmology'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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